경험이란, 처음 1번 부터 시작한다. 어떤 일을 접하는 순간 이미 첫 경험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같은 - 또는 비슷한 - 경험을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반복일 수도 있지만, 매일 마주치는 같은 전봇대와 같은 도로, 같은 동료들의 모습일 때는 피상적으로 나에게 드러나는 이미지에 불과하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이러한 피동적 경험과 달리 능동적 경험이라는 것이 있다.
나의 의지가 포함된 어떠한 결정을 통해 이루어 지는 경험들. 어떤 분야이던 직업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반복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생활과 경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 능동적 경험은 누구의 능력을 성장시키거나 능력을 발휘하는데 큰 열쇠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수년 전 화제가 된 ‘1만 시간의 법칙’ 을 소개한 책에서 저자는 10년 - 즉, 1만 시간 -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 책이 출간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몇 몇 언론과 학자들은 이 이론이 틀렸다는 반박을 하기도 했다. 1만 시간의 노력으로 자기 분야의 최고에 다다른 사람은 체스게임의 경우 약 34%, 음악분야의 경우 29.9%에 불과하며 이 밖의 많은 분야를 볼 때 대부분은 지능, 성격, 유전자, 일을 시작한 나이 등의 복합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아, 그런가.. 워낙 유명한 저자의 유명한 책에 나온 말이었는데 틀렸다니..
반박의 근거를 조사한 연구진들에게는 분명 서운한 말이겠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보고 ‘틀렸다, 맞다’ 를 거론하는 자체가 무척 우습게 느껴진다. 핵심은, 수치의 일반화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까지 9950시간을 노력했으니 50시간만 더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지..
게다가 1만 시간을 10년으로 나누어 보면 고작 하루에 3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는것은 알고 있는지.
10년은 ‘구체적인 기간’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알다시피 10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되기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시간임에 틀림 없다. 나는 1만시간의 법칙을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어느 분야에 최고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음악예술분야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음악분야에서 1만시간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다. 예술 창작 분야는 특히나 천재성을 가진 이가 워낙 많아서 늘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데 이러한 열정적인 노력에 사용하는 순수한 시간이 1만 시간 정도는 최소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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