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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Days Ahead17

음악과 이동성 사이의 방정식 (2) 음악 감상은 원래 매우 불편한 것이었다. 악기와 연주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내가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유선 통신 기술(전화)이 만들어지면서 이것도 조금씩 편해 지기는 했다. 무선통신 (라디오) 이전에 이미 유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었다. 무려 1890년 런던에서는 극장에서 벌어지는 음악 연주를 유선으로 각 가정에 배달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었다. 구독자들은 비싼 연회비를 내고 정해진 시간에 가정에서 단말기에 헤드폰을 꽂고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었다고 한다. 이른바 본방 사수. 그 이후로 축음기 등 기기를 사용해 음악을 소비하게 되었는데 역시 그 시간은 오로지 음악 감상을 위해 사용되는 의식과 같은 고급 취미의 행사였다. 그리고는 음악 소비의 이동성이 탄생했다. 앞서 MIDI의 태동을 이야.. 2021. 12. 31.
음악과 이동성 사이의 방정식 (1) 음악의 이동성이란 음악의 제작에 있어서의 이동성, 그리고 음악 소비 형태에 있어서의 이동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서로 다른 입장이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은 각각 시대에 따른 변화 양상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이동성이란 애초에 원초적으로 보장된 권리였다. 물론 지금도 음악은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것이긴 하다. 작곡 행위 자체가 곧 음악 생산이며 악보에 음표를 나열하여 기록하는 것으로 작곡 행위가 완성된다는 매우 오래된 고전적 작곡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러하다. 피아노 또는 기타 정도의 악기라도 손 앞에 있어야 더 좋긴 하지만, 악기 없이도 그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음악적 영감을 오선지에 쓱쓱 그려내던 천재적 음악가들의 모습은 많이 보아.. 2021. 12. 31.
A.I. 작곡이 저작물이 아닌 이유 자동 작곡 (?) 의 효시는 아마도 주사위 게임을 통해 만들어진 모차르트의 알레아토닉 미뉴엣이 아닐까 싶다. 이 음악은 주사위 2개를 던져서 나온 수의 합에 따라 음악을 배열하는 '우연' 과 '규칙' 에 기반한 작곡 기법이었다. 이것은 오늘날의 소위 A.I. 작곡과 다른것일까? 인공지능과 옥주현의 "대결" 아닌 "대결" SBS 특별 기획으로 방영된 세기의 대결 이라는 프로그램 중 음악에 대한 방영분은 내 주변에서 적잖이 화제거리가 되었다. 대부분은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로 부르는 정인의 '오르막길' 에 대한 놀라움을 전하는 것이었는데, 옥주현과 김광석의 모창까지 보고 나면 어찌되었든 나 역시 놀랍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라고 그럴듯하게 지칭하긴 하지만 결국 사람의 프로그래밍과 코딩의 .. 2021. 3. 28.
스튜디오 음향감독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미 법안 내용 요약 2018년 미국에서는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한 저작권 법령의 개정이 있었다. 이른바 Music Modernization Act 는 말 그대로 현대의 상황을 반영하여 Modernize 된 법조항이다. 여기에는 현행 저작권법 해석상 실연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저작인접권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스튜디오 음향감독의 음악적 창작성 기여도를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해 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20년 전 부터 스튜디오 음향감독의 예술성과 실연권을 인정받기 위해 고심해 온 국내 음향예술인에게 적잖이 힘이 되는 소식이다. 참고로 음악에서 저작인접권자는 실연자, 제작자, 방송사업자 세 부류이다. MMA 는 정식 법안 명칭으로는 Orrin G. Hatch – Bob Goodlatte Music Modernization Act.. 2020. 12. 13.
오해는 하지 마 - STEM Mastering (2) 그나 저나 STEM 이 무엇인가 Stem 은 식물의 가지나 줄기를 뜻하는 영단어 이다. 가지들이 모여 한 그루의 나무를 형성하듯 콘텐츠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하나의 스템 이라고 한다. 영화의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먼저 사용된 용어라고 하는데, 서라운드 믹스가 기본인 영화 사운드에서 대사와 이펙트, 음악 등 많은 요소들을 각각 서라운드로 믹스하는것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그래서, 각 요소 별로 믹서 (장비가 아니고, 믹싱하는 사람을 영/미국에서 믹서라고 한다) 가 있고 이펙트 믹서는 이펙트만을 서라운드로 믹스하고 음악 믹서는 음악만을 서라운드로 믹스 한다. 대사와 엠비언스 역시 마찬가지. 이렇게 하면, 수백개 이상의 트랙이 4~5개의 서라운드 스템으로 정리가 된다. 이렇게 정리된 스템을 가지고 최종.. 2020. 9. 27.
오해는 하지 마 - STEM Mastering (1) 디지털 마스터링이란 언제부터 있었을까 디지털 마스터링이라는 개념적 용어가 너무 개념적이다 보니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조금 달리 질문을 해보자면, 마스터링에 있어 아날로그 환경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완전히 돌아선 부분이 어떤 것이 있을까. 결과물을 Tape 이나 LP 가 아닌 디지털 파일로내보내는 것? 아날로그 아웃보드를 팔아버리고 디지털 플러그인으로 마스터링 하는 것? 과거에 나는 카세트 테입 제작용 마스터도 DAT 라는 디지털 테입에 담았고, 지금도 LP 제작을 위한 마스터는 디지털 웨이브 파일로 납품하고 있으며, 아웃보드중에도 디지털 아웃보드가 있어서 여전히 마스터링에서 사용 되고 있다. 사용하는 도구로 보아서는 디지털과 마스터링의 구분 개념이 딱 떨어지지는 않아 보인다. 음반 뒷 면 어딘가에 A.. 2020. 9. 27.
믹스 레벨이 작아진 이유는? 한 때는 너무 커서 문제였다. 믹스 레벨은 커야 좋다, 크면 안된다, 말들이 참 많습니다. 현업으로 마스터링을 하는 저로서는 특히 많이 접하게 되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모든 믹싱이 전문 스튜디오에서만 가능했던 과거에는 없었던 토픽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시대를 타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믹스 레벨도 세월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느낍니다. 한동안 믹스 레벨을 너무 크게 잡아서 종종 문제가 되곤 했었는데, 이것도 다분히 시류를 타는 현상입니다. 과도한 믹스레벨의 원인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음원의 유통과 소비가 온라인으로 자리가 잡히기 시작한 2000년대 초기까지 유독 극심했던 것은 바로 창작자와 제작자가 명확히 구분되고 이들이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형성한 것도 한 몫을 하였다고 봅니다. 인디레이블.. 2020. 8. 10.
대중음악 스트리밍에서 서라운드 현재 상황 2020. 4. 음악 바닥에서 지난 20년간의 변화를 이야기 하자면, 거의 모든것이 달라졌다. 다른 예술 분야도 나름 겪어왔겠지만 음악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향하는 세대의 격변을 지내왔다. 대형 스튜디오에서의 음악 제작은 개인의 컴퓨터 안으로 순간이동했다. 레코딩에서 믹싱으로, 마스터링으로 옮겨다니던 마스터 테이프 들은 클라우드와 이메일이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다. 유통의 혁명 속에서 음반구입은 스트리밍으로 대치되었다. 자동차 안에서의 CD 플레이어는 블루투스로 기화(氣化) 되었고 이어폰 잭이 사라진 음향기기는 USB 단자만 뚫려있어도 할일은 잘 한다. 헌데, 1960년 이래 좀처럼 변하지 않는것이 있다. Stereo 이다. 생산되는 (거의) 모든 음악의 재생 포맷이다. 그 옛날 릴테이프 녹음.. 2020.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