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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ight on Red/마스터링에 대한 N 가지 오해와 진실

스템 마스터링은 믹싱이다 / 아니다 ?

by 채감독 2021. 6. 15.

DAT : Digital Audio Tape

믹스 마스터를 멀티트랙같은 형태의 스템 Stem 으로 주고 받게 된 것은, 믹스 마스터를 DAT 테잎에 담지 않고 File 형태로 주고 받기 시작한 이후이니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부터이다. 그 때 까지 약 10년 이상 스튜디오 마스터의 유일한 포맷으로 자리를 굳혔던 DAT 는 실로 빠른 속도로 스튜디오에서 사라졌다. 믹싱이 끝나면 믹스 마스터는 CD-ROM 이나 외장 Hard Disc 에 담긴 Wave/AIFF File 로 담겨졌으며, Protools 라는 DAW 가 업계 표준으로 여겨질만큼 보편화 된 한국에서는 하나의 File 이 아니라 Protools Session 이 통채로 담긴 Hard Drive 를 마스터링 스튜디오로 보내기도 하였다. 이 세션을 열면 여러개의 스테레오 트랙에 몇가지 버전이 담겨있는데, 주로 AR / Chorus MR / Instrumental / Chorus Only / Vocal Only 로 구성된다. 이 버전들을 DAT 시절에는 테잎에 각 순서대로 하나씩 녹음했기 때문에 필요한 버전을 찾아서 그대로 사용하면 되었다. Chorus MR + Vocal Only 의 식으로 조합해서 사용하는 일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하지만 멀티트랙 DAW 세션에 각 버전들이 동일한 위치에 수록된 마스터의 경우는 간단히 AR 트랙을 Mute 하는 것으로 Instrumental + Chorus + Vocal 의 조합으로 마스터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AR 을 쓰지 않고 Stem 의 조합으로 가는 이유는 코러스 혹은 보컬파트 일부의 편집이 필요한 경우 또는 이들 중 어느 하나에 노이즈가 발견되어 이를 제거하려는 경우 등이다. 물론, 믹스가 끝난 후 보컬 밸런스가 아쉬움이 남지만 믹스를 다시 할 상황이 아닐 때 마스터링 단계에서 각 Stem 을 활용해 손쉽게 밸런스를 다시 잡을 수도 있다. 

 

Stem 을 활용하여 일종의 2차 믹스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보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클라이언트도 늘어났다.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홈스튜디오 믹스인 경우 열악한 모니터환경과 믹싱 경험의 부족이라는 핸디캡으로 최종믹스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이럴 때 저음악기 / 멜로디악기/ 리듬악기 / 목소리 등의 분류로 Stem 을 받아와서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최종 모니터 환경에서 일부 수정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를 믹싱의 연장으로 보든 자연스러운 마스터링으로 보든 중요하지 않다. 약간의 믹싱작업까지 수행해야 하므로 손이 더 많이 가기는 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클라이언트나 마스터링을 하는 음향감독 모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비용은 조금 더 받으면 되니까.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직접 믹싱을 하는 의뢰인들은 대게 추가비용을 댈 여윳돈이 없다)

Stem 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믹스 마스터는 AR / Chorus MR / Instrumental 의 세가지 정도로 마무리 되어서 전달되지만 마스터링 단계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Stem 의 위력이 적절히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은 Stem 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Stem 마스터링을 2차적 믹싱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믹스에서도 마스터 버스에 Compressor, EQ, Limiter 등의 최종 프로세서를 인서트 하곤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마스터링이 선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믹싱과 마스터링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유연하게 흐려지는 이런 현상은 디지털 오디오 환경이 가져다 준 현실이며 이 현실을 적절히 활용하는것은 현명한 것이다. 오늘날 믹싱이냐 마스터링이냐 정체성을 논하는 것은, 때로는 당신의 음악의 장르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정하라고 강요하는것 정도의 무의미함 일 수 있다. 

Stem 을 사용하면 믹스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는 말은, Stem 으로 밸런스를 다시 조정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리고 그 경우에는 밸런스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이유가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완성된 믹스의 모양새를 마스터링에서 이유없이 바꿔놓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Stem 은 그저 Chorus MR Master 를 받기 위해 사용될 뿐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Stem 의 있고 없고는 상황을 크게 변화시킨다.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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