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발생
45억 년 전 쯤 지구는 먼지 덩어리가 뭉쳐 크고 둥근 돌의 원형체가 되었고 가스구름으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 행성에 혜성과 소행성들이 날아와 부딪히는 충돌로 인하여 이로부터 전해진 암석과 금속, 다량의 휘발성 얼음과 기체들이 반응하여 새로운 대기를 창조하였고, 뜨거워진 지구를 냉각시키는 데 필요한 물과 수증기를 공급하였다. 이로 인한 엄청난 비의 영향으로 바다가 생성되었고, 지구상에는 구름의 우르렁과 파도의 철썩과 운석 충돌의 쿠쿵 하는 소리들이 최초로 생겨났을 것이다. 소리의 발생 이후 오랫동안은 누구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화석의 증거가 남아 있는 최초의 생명체 스트로마톨라이트 이후 수십억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청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단면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생명체가 아니라 돌, 그러니까 일종의 퇴적암인데, 미생물의 존재에 의해 이러한 패턴이 만들어 진 것이다.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이 약 35억살쯤 된다고 하니 인류 최초의 생명체 탄생 기점을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 쯤으로 가늠할 수 있겠다.
약 15억 년 전 고대의 해파리 비슷한 다세포 생명체의 기계감각뉴런이 진동을 감지하는 세포의 시초에 해당한다. 이 후 4~5억년이 더 지나서야 오늘날의 감각을 담당하는 털 세포와 비슷한 기관이 출현했다. 그리고 다시 십 억 년 정도가 지난 후에 초기 척추동물의 조상들이 이것을 유체 내에서 운동을 감지해 내는 전문적인 감각기관으로 발전시켰는데 이것이 오늘날 사람의 중이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청각의 생성
귀는 분자의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신경 조직 활동이 실제로는 ‘진동의 감지’인 것이다. 척추동물에서 사용되는 진동 감지센서는 두 가지 패턴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하나는 몸 주위를 지나는 유체의 흐름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물고기와 양서류의 유충에서 보이는 옆줄(측선) 이다. 또 하나는 몸 내부의 유체 흐름을 감지하는 것으로 머리의 양 옆에 위치한다. 당시에는 모든 생물이 바다에서 살았기 때문에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은 아직 없었다. 대신에 머리의 회전 가속도와 직선 가속도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 ‘반고리관’ 과 ‘이석 기관’ 이 이를 담당하였다. 중력의 방향을 감지하는 이석기관인 ‘구형낭’이 물의 압력 변화에 반응하여 진동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진동민감성 즉, 귀의 원시적 형태라고 보여 진다. 수억 년 동안 물속에서 소리를 듣고 있는 물고기가 바로 유모세포를 지닌 특이한 구조의 구형낭이라는 감각기관을 이용한다. 유모세포의 끝부분에는 점액질이 들어 있는데, 이 점액질 속에는 탄산칼슘 결정이 가득 차 있다. 이석이라고 하는 이 기관은 주위 조직보다 밀도가 훨씬 더 높다. 소리 압력파동이 물고기에 닿을 때 대부분의 에너지는 물고기 몸체를 지나가면서 소리로 물고기를 진동시킨다. 하지만 밀도가 높은 이석은 나머지 조직보다 임피던스가 높아서 몸체와 이석의 진동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유모세포 끝부분이 휘어지면서 유모세포의 전압을 변화시키게 된다.
물 속에서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물고기가 가지는 이러한 기관의 성능은 ‘듣기’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둔감하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 물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진동의 전달속도가 빨라서 (공기의 약 5배정도 빠르다) 머리의 한쪽에서 들리는 소리와 반대쪽에서 들리는 소리의 시간/압력차이를 통해 소리의 위치를 파악해 내기 힘들다는 수중청각 고유의 한계 때문이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약 800배 높다. 따라서 물이 공기보다 임피던스가 높기 때문에 물속에서 소리를 내는 것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소리가 발생하면 공기보다 약 5배 빠르게 이동하는데, 이 때문에 소리의 정체와 방향을 판단하는 사람의 능력에 큰 혼란이 빚어진다. 초기의 진동민감성은 단순한 주위의 물살 변화를 알게 해 주는 원시적 경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물살의 변화로부터 실제 물결의 변화뿐 아니라 포식자의 접근, 주변의 먹잇감의 존재 등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소리를 낸다는 것의 의미
동물이 주위 환경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진화하자 환경을 ‘이용’ 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들이 생겨나게 된다. 바로 동물 자신이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각은 대체로 태양으로 부터의 빛 에너지를 수동적으로 탐지하는 역할에 그치는 반면 소리는 의사소통의 채널을 능동적으로 제공하며 시각의 단방향 (시각은 단일지향성이다)과 무관하게 전 방향적 (청각은 무지향성이다)으로, 그리고 항시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인간의 오감 중 유일하게 잠잘때에도 깨어있는 감각이 청각이다.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생존을 위한 경보 시스템만이 아니라 같은 종 구성원들 사이의 행동을 조율하는 능동적인 수단이 되었다. 소리를 더 많이 낼수록 이들의 행동은 더 복잡해 질 수 있고 이것이 언어로 발전하면 의사 표현과 규칙 이라는 것이 가능해 진다. 소리의 능동적 활용이 완성되어 감에 따라 동물의 사회적 삶과 더 많은 생존 가능성, 수명의 연장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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