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로 재테크?

2020년 2월 당근마켓 캡쳐

음악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 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이 들 때 까지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수많은 음악에 노출된 채로 매일을 살아간다. TV, 라디오, 광고, 벨소리, 거리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등이 그 예이다. 디지털 프로덕션의 시대가 열리고 대량생산과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소비시장에서 음악은 흔하디 흔한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음악을 담은 미디어의 측면에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온라인 무선 스트리밍이나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되어 있는 무형의 음원을 제외하면 음악이 담겨질 특정한 미디어가 선정되어야 한다. CD 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음악을 소장한다는 의미에서 미디어의 가치는 CD 보다 LP 가 더 높은데 그것은 그 희소성에 기인한다. 음악 디스크의 특징은 그 물질 자체보다도 담겨있는 음악신호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인데, 문화적 재화의 가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거기에 희소성까지 더해지면 더 높은 시장가격이 만들어진다. 

이 때 사두었어야 했다. LPTown.com 캡쳐

중고장터나 벼룩시장 한켠에 쌓여있는 중고 LP들을 뒤지다 보면 뜻밖의 희귀음반이나 좋아하는 음악인의 앨범을 찾을 때가 있다. 본인에게는 매우 귀한 발견이겠지만 판매자가 그 가치를 판단하지 못한 경우에는 한 장에 단돈 1,000원에 판매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떤 가치 있는 음반을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판단한다면 그 값은 제한 없이 올라갈 수 있다. 양준일의 LP 가 5천원에서 만원 사이에 팔리던게 몇 달 전인데 순식간에 50만원까지 올랐다. 온라인 중고 음반 거래 장터인 valueyourmusic.com에서 지난 2016년 Timi Yuro 의 앨범 ‘It’ll never be over for me – on Liberty‘ 의 중고 LP 가 경매에 올려져 $44,000 (약 52,800,000원) 에 판매된 바 있다. 

valueyourmusic.com 캡쳐

 

2018년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된 중고 LP 는 VEE-JAY Records에서 1964년 발매된 Beatles 의 프로모션용 45 rpm 디스크 ’ASK ME WHY / ANNA’ Spec. DJ No. 8 로 미화 $39,875 (약 47,850,000원) 에 판매 되었다. 같은 형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이지만 1,000원과 50,000,000원을 결정하는 것은 희소성이다. Discogs.com 에 따르면 2019년 1분기에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음반은 Mocko Jumbie 의 <Mocko Jumbie Jamboree> LP 로, $920.66 (약 1,100,000원)이었다. 

Sex Pistols 의 노래 두 곡이 담긴 <God Save The Queen/No Feelings> 7인치 아세테이트 디스크는 애초에 여러 장이 제작되었지만 현재 단 2장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한 장이 2012년 ebay 경매에서 약 $20,000 에 판매되었다. 이 음반은 정식발매 전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카탈로그 넘버가 인쇄되어 있지 않고 당시 매니저 Malcolm McLaren이 공연과 음반제작을 따내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상태는 매우 좋지 않지만 이 디스크는 특이하게 플라스틱(Vinyl)이 아닌 아세테이트로 제작된 것이다. 아세테이트 디스크는 간편하게 소량 제작할 수 있어 DJ 들이 직접 만들어서 즐겨 사용하였던 것인데, 강도가 약하고 많이 재생하면 쉽게 닳기 때문에 음반 수명이 짧다. Sex Pistols 의 디스크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그것에 담긴 음악의 음질 (Sound Quality)이 아니다. 음반에 담긴 역사와 배경, 아티스트의 이후 활동과 업적, 그리고 희소성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진 역사적인 유물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유적이나 희귀한 와인이 그렇듯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LP 인 것이다.

재화의 가치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지고 상승 또는 하락한다. 무한정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재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날로그의 희소성이 그 가치를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채승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