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닝을 하지 않는 뮤직 프로듀서]
소리의 이미지 Image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음색 tone, 음량 dynamics, 엔벨롭 envelope, 그리고 넓이 wide 같은 것 들이 있다. 넓이는 '넓은 정도'를 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은 것도 있고 상대적으로 좁은 것도 있다. 그런데 대중음악에서는 모두가 '더 넓은 것'에만 관심을 두지 좁은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스테레오 범위에서 소스의 캐릭터를 원래보다 더 넓고 화려하게 또는 거대하게 만들어 주는 용도의 툴이 많이 있다. 이런 툴 들은 동시에 더 좁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놀랍게도.
스테레오 관련 툴에는 두가지 다른 용도가 있다. 하나는 스테레오 소스의 이미지를 더욱 넓게 하는 (혹은 좁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노 소스를 스테레오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클래시컬한 리얼 레코딩에서는 스테레오 마이킹 기법을 적용해서 직접음과 공간음을 함께 녹음하는 것이 흔하지만 대중음악의 제작에서는 악기 당 하나의 마이크를 사용하는 모노럴 소스 녹음이 많다. 이런 모노럴 소스는 믹스에서 패닝을 거쳐 좌-우 어딘가 적당한 위치를 잡게 된다. 한편 키보드, 신디사이저 연주는 악기 자체에서 스테레오 사운드가 출력되는데 이런 소스들은 애초에 스테레오 효과가 극대화 되어 있거나 좌-우 하드패닝된 상태에서의 캐릭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스테레오 음장 전체를 점유하는 속성이 있다. 특히 최근의 뮤직 프로덕션은 스프라이스 등의 유료 사이트에서 소스를 찾아서 쓰는게 지극히 일반화 되어있고 이런 샘플 소스들은 다 스테레오 재료들이다. 믹스 트랙을 보면 보컬 녹음 외에는 모노트랙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게 샘플 사용에 익숙한 창작자들은 킥, 스네어부터 기타, 브라스 등 모든 소스가 스테레오인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악기 소스들은 다 스테레오 이니까 L 과 R 로 고정되어 있고, 보컬은 당연히 센터이니까, 믹스 과정에서 PAN 이라는 것에 손을 댈 일이 없다. 이렇게 모든 소리가 L 100, R 100 으로 벌어져 있으니까 소스트랙 중 일부에 특별한 플러그인을 걸어서 100 이상으로 더 넓어지는 소리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더 넓게 하는 이유]
이미지를 넓게 하려 하는 이유는 흔히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개별 트랙소스에 특별한 이펙트 용도로 걸어서 사운드가 마치 스피커 넘어 바깥에서 나는듯 한 효과를 주려 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버스 혹은 마스터 채널에 적용해서 전체적인 임장감을 확장하려는 의도이다. 이런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보통은 M/S 프로세싱이 사용된다. Steinberg Cubase의 번들 플러그인 Imager 는 4개의 주파수대역으로 나누어 멀티밴드로 각각의 이미지 넓이와 패닝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M (Mid) 신호는 왼쪽과 오른쪽에 모두 포함된 소리여서 마치 한가운데에 있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가운데에 스피커가 없는데도 가운데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Phantom Centre라고 한다. S (Side) 신호는 좌 혹은 우측에 치우쳐 있는 소리다. 각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좌-우에 동일하지 않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좌” 신호에서 “우” 신호를 빼면 그 차이에 해당되는 S 신호가 남게 된다. S 신호의 위상을 뒤집어서 반대편으로 패닝하고 조금씩 섞어 주면 믹스의 와이드감이 증가한다. 다만, 모노 합성했을 때 대부분 상쇄되기 때문에 스테레오 사운드와 모노 사운드의 차이가 현저히 커지게 된다.
A.O.M.의 Stereo Imager D 는 M/S 방식이 아닌 correlation (상관분석) 방식을 사용하는 플러그인이다. M/S 방식은 스테레오 신호를 M 과 S 로만 추출하기 때문에 L, R 의 사이드신호가 모두 S 로 병합되는 맹점이 있다. 반면에 correlation 기법은 스테레오 신호를 L/C/R 로 구분하여 추출하기 때문에 믹스의 좌-우 밸런스 디자인이 유지될 수 있다.
[더 좁게 하는 이유]
Stereo Imager 는 스테레오 소스의 와이드감을 넓히거나 줄이는 용도의 툴이다. 이런 툴을 열게 되면 누구나 얼마나 ‘와이드 해 지는가’ 를 테스트 해 본다. 하지만 스테레오 소스로 가득찬 믹스에서 모노 소스의 중요성을 안다면 반대로 이미지를 ‘좁게 만드는’ 기능에 집중해 볼 만 하다. 좁은 이미지의 혹은 모노 이미지의 소스는 믹스 안에서 특정 각도에 자리잡는 것도 더 용이하고 좌-우의 넓은 사운드 캔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여러 개의 리버브가 복잡하게 섞이는 대중음악의 믹스에서는 각 리버브의 공간범위를 디자인 함으로써 리버브의 얼리 리플랙션이 서로 엉켜 혼탁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고 훨씬 더 복잡한 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게 된다. 추가로, 모노 합성했을 때 소리의 변형이 적어서 소위 모노 호환성이 좋아진다.
[모노 호환성을 알아야 하는 이유]
어쩌면 Mono 재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다. 거실의 TV 화면이 지금처럼 얇은 LED 이기 전에 두꺼운 ‘브라운관’이던 시절에는 TV화면의 오른쪽에 ‘하나의’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그 시절 거실 어딘가에 있었을 ‘라디오’ 역시 ‘하나의’ 스피커로 소리를 내주었다. 이런 걸 기억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전축’이라고 부르던 오디오 시스템을 기억할텐데, 두 개의 스피커로 완성되는 이 가정용 음악감상 시스템은 소위 ‘스테레오’ 라고 부르기도 했다. 즉, 스피커가 두개면 스테레오, 하나면 모노 라는 간단한 공식이다.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액자처럼 얇아진 TV에는 스피커 라는 게 아예 보이지를 않는다. 제품의 하단이나 뒷면에 종이처럼 얇게 붙어있는 스피커는 왠만하면 스테레오다. TV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스마트폰 역시 스테레오 스피커를 기본으로 탑재한 것이 2017년 (아이폰 기준 아이폰7 부터) 이다. 유튜브 영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음악감상의 80% 이상이 이어폰/헤드폰 즉,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는다. 우리는 Mono 재생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도 모노 호환성이 중요할까? 그렇다. 전체 음악 재생환경의 적어도 5% 이상이 Mono 라면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수많은 매장에서 재생되는 백그라운드 뮤직은 모노 재생이 기본이다. 카페, 술집, 옷가게 같은 매장은 면적에 따라 설치되는 스피커의 갯수는 다르지만 모두 Mono 서밍된 동일한 소리가 나온다. 왠만하면 한두개쯤 가지고 있을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대부분 모노 재생이다. - 스테레오 제품이라 하더라도 스피커 유닛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스테레오 음향을 느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제품은 TWS 라는 기능을 써서 두 개의 스피커를 페어링 해 스테레오 재생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스테레오인 음원을 모노 출력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L 과 R 신호를 섞어 하나로 만든다. 센터 패닝된 Mid 신호는 문제가 없겠지만 좌우의 Side 신호는 섞이면서 일부는 위상차이로 왜곡이 되고 일부 신호는 심한 경우 상쇄되어 없어지기도 한다.
버스 또는 마스터 채널에 와이드감을 넓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Imager 는 그 용도 특성상 과도한 적용은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M/S 방식이든 주파수배분 방식이든 서밍했을 때 모노 호환성은 보장되기 때문에 ‘원래의 소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단, 모노럴 하게 만들게 되면 Imager 의 역할은 의미도 없고 Imager 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Mono 사운드가 된다. Imager 를 통해 확장된 스테레오 정보는 모노 서밍과 함께 상쇄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의 모노 호환성이라는 의미는 모노 서밍 했을 때 Imager 를 사용하기 전 ‘원래의 소리’ 가 보존된다는 의미인 것이지 Imager를 거쳐 증가된 와이드감이 모노에서도 유지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스터 채널에서 약간 보강해 준 와이드함이 다시 사라진다 해도 원래의 믹스 느낌이 유지되는 한 치명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스트랙 중 일부에 모노 소스를 스테레오로 확장시켜서 믹스에 사용한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모노 소스를 스테레오로 들리게 만드는 방식에는 주파수배분 방식과 딜레이방식, 위상변조방식이 있다. Logic Pro 의 번들 플러그인 Stereo Spread는 주파수대역 배분 방식이다. 신호의 주파수 대역을 여러 밴드로 나누어 각각의 밴드를 좌 우로 번갈아 패닝을 적용함으로써 좌-우가 다른 스테레오 이미지를 형성한다. 분할하는 밴드의 수를 2 에서 12밴드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밴드 수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매우 강력한 툴이다. 일정 주파수 아래 또는 위의 영역은 제외시키는 내부 필터 기능도 있다. 이 방식은 소스를 잘게 쪼개서 절반은 왼쪽, 절반은 오른쪽으로 분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쪽 신호를 섞으면 다시 원래의 신호와 동일하게 되어버린다. 모노 호환성이 100%라는 의미다. 위에서 등장했던 모노 호환성과는 같은 단어이지만 다른 의미를 지닌다. Polyverse Music 의 무료 플러그인 WIDER 도 이와 같은 원리로 동작한다. Brainworx 의 Stereomaker는 강조하고 싶은 주파수를 고르고 고음의 감쇄 정도를 조정하는 등의 세부기능이 추가되어 있으며 역시 100% 모노 호환성을 보장한다. 유료 플러그인으로 Waves 의 PS22 Stereo Maker 도 있는데 Logic Pro 의 Stereo Spread 에 없는 몇개의 추가 파라메터를 제공하지만 실제 사용할 때 유용하게 쓰여질 만한 요소들은 아니다.
오디오 프로덕션 지식이 좀 있는 편이라면 직접 스테레오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먼저 원 소스를 왼쪽으로 패닝하고 트랙의 카피 또는 샌드로 보낸 채널을 오른쪽으로 패닝한다. 카피된 채널에 딜레이를 걸어서 양쪽 시그널의 시간차이를 만든다. 여기서, 동일한 시간차이만 주는 것은 하스 이펙트에 의해서 좌우 음상의 이동만 형성되기 때문에 약간의 패닝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딜레이 타임에 모듈레이션을 적용해 딜레이타임이 계속 변하도록 해야 한다. 딜레이 타임을 플러스(+) 와 마이너스 (-) 로 조정할 수 있으면 사실상 phase shifter 의 기능과 같게 된다.
위상을 1~180도 사이에서 조정해 주는 phase shifter 는 원래는 두 개의 마이크 사용으로 인해 서로 어긋난 위상을 맞춰주기 위한 (ex. 스네어 트랙의 스네어와 오버헤드 트랙의 스네어는 약간의 위상차이가 생긴다) 보정용 도구였으나 인위적으로 위상을 틀어서 음상의 정위감을 흐트러버리는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한 쪽을 180도 역상으로 해 버리면 헤드폰으로 들을 때 소리의 위치가 모호하게 흐려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믹스에서 위상반전 버튼을 눌러 특별한 이펙트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간혹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트릭은 스테레오 스피커 환경에서는 동일한 효과가 나지 않으며 특히 모노 서밍을 하면 소리가 완전히 상쇄되어 들리지 않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악기에 이런 트릭을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위상반전이라는 것은 파형의 위와 아래를 뒤집는 것이지 시간차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위상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축상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으로 딜레이의 영역이다. 딜레이 역시 조심해야 하는데, 모노 서밍을 하면 약간의 시간차이가 나는 두 소스가 합쳐지게 되고 이것은 곧 캄필터링 이라는 현상을 만든다. 캄필터링은 직접 들어보기 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 마치 성인병 같은 것이어서 꼭 체험해 보아야 한다. 체험은 매우 간단히 해볼 수 있다. 핑크노이즈 파일을 두개의 트랙에 올려놓고 동시에 플레이백 한다. 둘 중 하나의 파일 위치를 1ms 뒤로 옮기면 캄필터링의 효과를 들을 수 있다. 점차 2~10ms 까지 옮겨 보면서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보면 된다.
[모노 체크를 하는 방법]
매우 저가의 제품이 아닌 중급 모니터 콘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다면 볼륨 콘트롤 옆 어딘가에 위상반전 기능과 모노 기능이 있을 것이다. 모노 기능이 없거나, 모니터 콘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벼운 플러그인 하나를 마스터채널에 걸어 모노 환경을 만들면 된다.
Logic Pro 의 번들 플러그인 Direction Mixer 는 Spread 값 1.0 을 중심으로 0부터 2.0 까지 슬라이더를 움직여서 와이드 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하면 해당 주파수 이하의 저역은 영향을 받지 않게 할 수도 있다. Master 채널의 마지막 인서트에 걸고 Spread 값을 0으로 해 주면 모노 사운드를 체크할 수 있다. Gain 플러그인에도 위상반전 버튼과 모노 활성 기능이 있다.
Steinberg 의 번들 플러그인 Stereo Enhancer 도 스테레오 이미지를 0~200% 까지 변형하는 툴이다. 중앙의 큰 노브를 돌리는 것으로 조작법이 매우 간단하다. 노브를 0% 겂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노브 중앙에 아주 작은 MONO 스위치를 켜면 모노 사운드를 체크할 수 있다. 이러한 세팅은 두 개의 스피커에서 동일한 소리가 방출되면서 중앙에 팬텀 센터의 모노 사운드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노 사운드와 스피커 2개로 구성되는 상황인데, 진정한 싱글 스피커로 듣는 모노 사운드와는 차이가 있다. Cubase 의 Control Room 세팅에서 출력단을 지정하면 해당 출력단 스피커 하나로 모노 사운드 체크가 가능해 진다. 물론 팬텀 이미지로의 모노 체크에 단점이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는 본문에서 언급되지 않은 Stereo Imager 일부 목록이다.
[무료 플러그인]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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