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스터링이란 언제부터 있었을까
디지털 마스터링이라는 개념적 용어가 너무 개념적이다 보니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조금 달리 질문을 해보자면, 마스터링에 있어 아날로그 환경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완전히 돌아선 부분이 어떤 것이 있을까. 결과물을 Tape 이나 LP 가 아닌 디지털 파일로내보내는 것? 아날로그 아웃보드를 팔아버리고 디지털 플러그인으로 마스터링 하는 것? 과거에 나는 카세트 테입 제작용 마스터도 DAT 라는 디지털 테입에 담았고, 지금도 LP 제작을 위한 마스터는 디지털 웨이브 파일로 납품하고 있으며, 아웃보드중에도 디지털 아웃보드가 있어서 여전히 마스터링에서 사용 되고 있다. 사용하는 도구로 보아서는 디지털과 마스터링의 구분 개념이 딱 떨어지지는 않아 보인다.
음반 뒷 면 어딘가에 AAD, ADD, DDD 이런 마크를 본 적이 있는지. 요즘은 CD 를 거의 구입하지 않기도 하지만, 매우 오래 전 발매된 음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표식은 레코딩/믹싱/마스터링이 각각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로 이루어진 음반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디지털 미디엄인 CD 가 도입된 이후 한동안 음반에 표시 되곤 했다. AAD 는 [Analog 녹음]-[Analog 믹싱]-[Digial마스터링] 이라는 뜻이다. 특징이라면, 마지막 마스터링은 항상 D 로 표기되는데, 디지털 미디엄인 CD 를 만드는 마스터링이 아날로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 이것은 마스터링 작업을 구성하는 시그널 플로우 중 가장 마지막 ‘마스터 레코더’가 디지털오디오 워크스테이션 (DAW) 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인터넷 정보 중에, 특히 클래식 애호가들 중심으로 AAD 와 DDD 중 어느 것이 좋은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던데, 사용된 장비의 형식 보다는 어떤 연주가 어떤 사운드로 담겨있는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한다.
SPARS 부호는 음반을 낼 때 디지털 (D)·아날로그(A) 가운데 어떤 장비를 썼느냐를 나타내는 세 글자짜리 부호이다. 앞에서부터 녹음, 편집, 마스터링 순이다.
SPARS(Society of Professional Audio Recording Services)는 직업적인 오디오 레코딩 서비스 협회의 약자이다.
그러면 마스터링의 시그널 흐름은 어떨까. ITB (In-The-Box) 마스터링 이라면 당연히 모든 작업이 디지털 이겠다. ITB 가아니라면 마스터링 시그널 플로우는 소스 플레이 > 아웃보드 프로세서 > 마스터 레코더 이렇게 3단계로 구성이 된다. 이 중 마스터레코더는 아날로그일 수 없을 것이고, 프로세서는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있다. 소스플레이 역시 현재 완벽하게 디지털로 이동했다. 이것은 믹스가 끝난 스테레오 믹스마스터를 어디에 담는가 라는 뜻이다. 그 예로는 wave 또는 aiff 형식의 디지털 파일, DAT 라는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 아날로그 릴-투-릴 테이프 등이 있을텐데, 마스터링을 현업에서 하고 있는 나의 경우 현재 99.99999% 이상의 믹스 마스터는 디지털 오디오 파일로 받는다. 이 점이 2005년 전후로 일어난 가장 빠르고도 대대적인 변화이다. 믹스를 아날로그 테입에 담는 것은 훨씬 더 전에 사라졌고, 그 이후로 DAT 라는 16비트 디지털 테입이 보편화 되었다. 역시 16비트 해상도인 Audio CD 를 사용하기도 했고, 디지털 컨버터가 점점 좋아지면서 24비트를 쓰기위해 HR DAT (Hi-Resolution) 도 등장하고, 24비트 오디오를 CD 에 담는 ML-9600 이라는 하드디스크 스테레오 레코더도 등장하여 더러 쓰이곤 했다. 이 시기의 말기에는 ML-9600 외에도 96kHz 디지털 레코딩이 되는 TASCAM DA-98HR 등을 쓰기도 했으며, 좋은 사운드를 보존하기 위한 갖은 시도와 노력이 이루어졌다. 크고 무거운 릴투릴 테이프가 사라지나 했더니 더 크고 무거운 레코더를 들고 녹음실에서 마스터링 스튜디오로 오고 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데 그 테입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원래는 스템 이야기를 하려 했다. 옛날 이야기가 시작되니 서론이 길어졌을 뿐.
지금은 모두가 파일 형태의 디지털 마스터를 사용한다. DAT 나 CD 역시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하는 미디엄 이지만, 지금과의 차이는 무었일까? 바로 리니어와 넌-리니어의 차이 이다. DAT 는 디지털 미디엄 이지만, 실시간으로 재생을 해야 하며,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려면 FF 나 REW 기능으로 테입을 돌려야 한다. CD 역시 마찬가지 이다. 그러니까, 당시에는 DAT 나 CD 를 플레이 시키고 그것을 반복해서 들으며 마스터링을 하였다. 믹싱 스튜디오에서는 믹싱이 끝나면 DAT 테입에 AR, Chorus MR, MR, Vocal, Chorus 를 순서대로 녹음하였다. 즉, 한 곡에 5가지의 버전을 담았으니까 4분짜리 곡이면 최소 20분 분량의 테입이 사용되는 것이다. 총 길이가 120분짜리 테입이면 5곡 정도를 담을 수 있지만, 음질에 신경을 쓰는 우리들은 긴 테입보다 짧은 테입이 좋다 하여 34분짜리 테입을 써서 테입 하나에 한곡을 담는 것을 프로 답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실제로는 90분짜리 테입이가장 많이 쓰였지만.) 여기에, Safety 로 똑같은 마스터를 두 개의 테입에 담기도 했다. 한 곡 믹싱이 끝나면 믹스마스터를 테입에 담는것만 꼬박 한시간 이상 걸리게 되지만, 마스터 테입이 손상 (소위 씹히는 것)되는 사고가 나면 모든 믹싱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백업의 필요성은 매우 큰 것이었다. 이것이 넌-리니어 시대의 흔한 어시스턴트의 임무였다.
아무튼, 한 곡의 여러 버전을 기록한 것은 당시에 성행하였던 리믹스 버전을 만들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었다. 곡이 히트가 나면 리믹스 버전이 제작되는데, 그때가서 다시 믹싱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정리하자면, 테입이나 CD 는 리니어 미디엄 Linear Medium 이라는 것이다.
테입 시절을 지나 File 형식으로 마스터 미디엄이 변화한 이후에는 똑같은 AR / Chorus MR / MR / Vocal / Chorus 파일들을 하드디스크에 담게 되었다. 지금은 USB 메모리 또는 이메일이나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믹싱 스튜디오에서 주로 사용되는 ProTools 가 2013년 버전11이 되어서야 off-line 바운스 -실시간이 아닌 배속으로 바운싱하는 것-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에 (!) 어시스턴트의 마스터 담는 시간은 여전히 길었다.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는 테입 데크가 아닌 DAW 에, 테입이 아닌 하드디스크를 연결하고 파일을 불러들여 플레이백 하게 되었다. 넌-리니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기에서 마스터링 시스템이 더 진화하여 플레이백 용과 마스터 레코딩 용의 DAW 를 각각 별개로 사용하면서 마스터링의 패러다임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플레이백은 믹싱스튜디오에서 보내주는 스템 세션파일을 열기 위해 Mac 기반의 Protools 가 사용되었지만 Protools 는 CD 마스터링에 적합치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마스터링 용 DAW 를 마스터레코더로 사용했다. 마스터링 용 DAW 로는 Mac 기반의 Sonic Blade, WaveLab (Mac/Win), Win 기반의 Pyramix, Sequoia, SADiE 등이 있다.
이 시기에 와서는 마스터링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마스터링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아지면서 마스터링 감독의 역량이 이세상급에서 저세상급으로 발전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AR 믹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Chorus MR + Vocal 을 사용하게 되기도 하고, MR + Chorus + Vocal 의 조합으로 마스터링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스템 마스터링의 도입이 2005년 전후를 기점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이 개념은 오래지 않아 보편화 되었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음은 물론 지금도 스템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스템을 받더라도 마스터링비를 2.5배 정도 올려서 청구한다. 물론 사람 나름이긴 하다. 나의 경우는 아직은 추가 비용 없이 스템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손이 더 가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아무래도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고, 추가비용을 청구할 만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해외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의 스템에 대한 의견 중 몇가지를 아래에 발췌 하여 보았다.
간혹 스템 믹스를 선호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도 있지만, 나는 정상적인 스테레오 믹스 파일을 선호한다 … 한 앨범 마스터링에 1주일을 준다면 스템을 가지고 밸런스와 믹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도 많은 옵션이 생길 수 있으며 기간과 비용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마스터링은 빠른 판단과 고민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마쳐야 한다. - Jonathan Wyner, Audio Mastering Essential Practices 2013 Berklee Press.
믹스의 마지막 단계는 하나의 인터리브드 된 (두 트랙을 하나의 파일로 묶어서 생성하는) wave 또는 aiff 파일로 익스포트 하는것이다. 마스터링에서는 단 하나의 스테레오 인터리브드 파일만을 사용한다. - John Rogers, Audio Mastering Secrets 2017.
스템 마스터링은 사실 스템 마스터링이 아니라 스템 믹싱이다. 믹스를 확정하고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믹싱엔지니어의 믹스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 Ian Shepherd, The Mastering Show Podcast Ep.7, 2016
Please don’t send me stems. - Ian Shepherd, The Mastering Show Podcast Ep.33, 2017 themasteringshow.com
한편, 반대의 입장인 분들도 있다. Mike Wells (Mike Wells Mastering, LA) 의 Stem Mastering 에 대한 유튜브 3부작 영상을 보면 마스터링에 매우 적극적인 스템 활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스터링 보다는 Re-mix 의 개념에 가까워 보이는수준인데, 클라이언트가 원치 않는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음은 본인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보다는 Streaky 의 스템에 대한 짧은 영상이 나의 관점과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스템 마스터링은 스템 믹싱이 아니다 … 가령, 믹스 환경에서 저음의 모니터링이 어려운 경우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low-end 를체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인데, low-end 에서의 0.5~1 dB 정도의 조정으로도 마스터 컴프레서의 동작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있다. - Streaky, Metropolis Mastering, London.
다음글 : 오해는 하지 마 - STEM Mastering (2)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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