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믹싱과 마스터링은 대단히 기술적인 작업이다. “음악을 실질적으로 형성하는 물리적인 현상을 표현”해 내는 예술 작업을 온갖 도구를 사용해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예술적 감성과 기술적 기법을 연결지어야 하는 험난한 작업이다. 험난하다고 표현하면 매우 위험하고 거친 일 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매우 즐겁고 재미있고 보람찬 일이지만,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참으로 험난한 세월을 거쳐야 하고, 매 순간순간이 험난한것도 사실이다.
음악 스튜디오에서 음향감독이 만나는 창작자, 제작자, 프로듀서들은 모두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지만 주로 다루는 도구가 서로 달라서, 악보와 건반악기, 현악기, 타악기, 그리고 음악적 예술적인 판단력을 주로 사용하는 한편 음향감독은 이퀄라이저, 리미터와 컴프레서, 디엣서, 리버브 제네레이터 그리고 오디오 편집 소프트웨어가 주 무기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다 같은 음악을 예술적으로 완성해 내기 위해 참여하는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음향감독이란 울림을 연주하는 음악가이다.
그래서 같은 느낌을 표현할 때 연주자나 작곡자는 감성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기술적인 숫자와 단위를 떠올리지 못한다. 스튜디오 음향감독은 그들의 감성적인 언어로 함께 대화하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뒤 다시 감성적 언어로 설명한다. 마스터링 작업은 믹싱이 끝난 상태의,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의 음악을 놓고 최종 손질을 하는 단계인데 주로 음악 자체의 색깔과 느낌을 논하고 가능하면 믹스 상태보다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고심한다. 아무래도 믹싱에서 시원하게 해결이 되지 못하는 점도 있고, 믹싱 후 몇일 지난 지금은 또 아쉬움이 생기고...... 하다 보니 마스터링 작업이라는 단계가 남아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큰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마스터링 작업의 경험이 처음이거나, 처음은 아니지만 마스터링 감독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적은 의뢰인들은 마스터링에서 무엇을 주문하고 기대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 채로 방문하는 일이 많다. 음악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들 중에서 마스터링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엿보게 되면 마스터링 이라는 작업에 대한 이해도 훨씬 쉽게 될 수 있다.
따뜻함
세션 시작에 앞서 원하는 방향을 이야기 하다보면, 풍성하게 따뜻하게 들리기를 원한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인듯 하다. 따뜻함이란 무엇인가. 따뜻함을 표현하는 음향적 기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을 하기 전에 음악을 파악하고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좀 필요하다. 우선, 음악이 마음 따뜻해지는 착한 가사 내용이어서 그럴 수 있다. 반면 메세지와 별개로 모든 작업이 In-The-Box 디지털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작품자로서 정서적 따뜻함 (아마도 아날로그 느낌을 뜻하는 것 이리라) 을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아날로그 장비를 한 번 거쳐 주거나 (특히 진공관이 사용된 장비면 더욱 기대가 클 것이다) 너무 밝지 않게 Hi 를 줄여서 텁텁하게 만든다고 해서 소리가 따뜻해 지지는 않는다. 진공관이 따뜻한 것이지, 진공관을 거친 사운드가 따뜻해 지는 것은 아니며, 밝은 소리를 줄이면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답답해 지는 것이다. 문제는 음악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달려 있다.
가령, 음악이 가창자의 진솔하고 가슴아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누군가의 아주 가까운 곁에서 그의 이야기를 조곤 조곤 경청하는 것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거리가 아주 가깝고 명료도가 높다는 음향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고역을 조절해서 거리감을 줄이고 선명도를 높이는 동시에 부담스럽거나 시끄럽지 않도록 중역대를 제어한다. 자연스러운 디테일만 살리는 것이다. 따뜻하다고 해서 고음을 줄이는 것과는 전혀 반대의 조치인 것이다.
메시지와 무관하게, 보컬 밸런스가 악기에 비해 큰 경우 음원의 음상 재배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보컬은 가까이에 있는데 악기 연주 앙상블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컬이 외로워 보이는 현상이다. 다이나믹 프로세서를 적극 활용해서 반주음악 소리를 끌어당겨 보컬과 악기 사이의 거리를 줄이게 되면 보컬이 앙상블의 든든한 백업에 힘입어 한결 음향적 따뜻함이 연출된다. 보컬-반주의 구도에서 반주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단순 반주인지 함께 무대에 오른 팀 인지를 이해하여야 가능한 접근법이다.
또 다른 의미의 따뜻함이란 감싸는 느낌과 맥을 같이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청주파수 영역에서 중역과 고역은 나를 감싸는 에너지가 아니라 나를 거쳐 지나가는 소리들이다. 방안을 가득 메우며, 귀로 들리는것을 넘어 내 몸을 지긋히 압박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저음에 있다. 저역이나 초저역을 풍성하게 돋움질해서 넘실대는 저음의 바다를 만드는 것은 꽤나 효과적인 마스터링 테크닉이다.
고음이 적고 저음이 많은것과 따뜻하다는 것은 전혀 연관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따뜻한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고역의 선명함은 더 보강해 주어서 전달력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댐핑
나는 “댐핑”이라는 단어의 잘못 사용됨(오용)을 이제는 지적하지 않는데, 업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정착되어 쓰여지는 사회적 동의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댐핑이 강하다 라고 하면, 저음이 쿵! 했을 때 스피커가 오랫동안 진동하면서 쿵~~~~~ 하고 사라지지 않고 바로 “쿵!” 하고 멈추어 버리는 것을 뜻한다. 댐핑이 강한 스피커는 사운드가 다소 딱딱하고 날카롭지만 반면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있다. 댐핑이 강한 사운드는 저음의 비트가 탁 탁 끊어지며 긴 스윙이 아닌 짧은 단타를 치는 느낌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댐핑이 강하다고 하면 저음이 매우 강하게 쿵쿵 대고 전체적으로 음량이 크고 강한 느낌을 뜻하는 편이다. 그래서 댐핑감 이야기가 나오면 슬쩍 아는척을 하면서 그것을 잘 알고 하는 말인지 확인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보다는 상대의 의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몇가지의 다른 용어를 들어서 동의하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대부분 “펀치감” 있는 사운드를 원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들 한다. 이럴때는 홀수박자의 리듬 비트를 가청대역으로 편입시키기도 하고 동시에 초저역을 부스트해서 밸런스를 보상해 주어 본다. “어택감” 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경우라면 리듬의 중고역대 고조파를 증폭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음압을 한껏 올리면 그 과정에서 소위 “밀도감”이 증가하는데 밀도감을 위해서 반드시 레벨이 커질 필요는 없다.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것이 목적이지 반드시 소리를 크게 해서 그러한 효과를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게중심을 조금만 저역대로 내려보면 “무게감”이 증가한 것으로 들린다. 음악의 분위기와 가사의 내용이 이에 부합해야 효과가 있다. 아무튼 밀도감이 증가하는 것은 마스터링 전-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일 정도로 많은 믹스에 적용할 수 있는 테크닉인데, 다소 평면적인 믹스 사운드에 “입체감”을 부여해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저음에 대해 주의 깊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킥드럼 비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이 비트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느낌”이 매우 중요한 음악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믹스에서 킥드럼 채널의 페이더 위치와는 다른 개념으로, 기음 아래쪽의 Lower Harmonics 를 만져서 Spectral Balance 를 조각해 내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초저역의 고조파 다루는 재주가 좋으면 이를 원래의 박자보다 약간 먼저 오게 하거나, 약간 뒤처져 따라오는 느낌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듣는 사람이 음악을 끌고 가는지 끌려가는지를 아주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음악 자체의 성격을 좌우할 수도 있다.
와이드
스테레오 믹스에서의 스테레오 이미지는 중요성의 설명이 불필요할 것이다. 스테레오라 함은 좌-우가 서로 같지 않음이다. 좌-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 안에서 모든 소리들의 정체와 거리와 위치 정보를 분석해 내는것이 우리 뇌의 능력이다. 그런데 이런 책에 써있는 지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이 또 스테레오 이미지 이다.
스테레오 이미지를 넓게 만드는 것을 누구나 좋아 한다. 몇년 전 부터 요즘의 트랜드라 하면 매우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도 포함된다. 국내외 발표되는 신곡, 히트곡들을 분석해 보면 와이드감이 매우 넓다. 마스터링 과정에서 와이드감을 쭉 넓혀서 설명과 함께 모니터를 시켜드리면 거의 모든 클라이언트는 아주 좋아들 하신다. 그런데 믹스에서는 왜 넓게 안되는걸까.
믹스에서 좌우의 넓이를 만들 수 있는 요소는 패닝과 위상이다. 좌우의 위상차이가 크면 어느 정도까지는 스테레오화 되다가 어느 선을 넘게 되면 소리의 위치를 확정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시작된다. 극단적으로 180도의 위상차이를 만들면 대단히 환상적인 공간감이 연출되지만 모노 플레이백 환경에서는 소리 자체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일부 중요하지 않은 음원 소스에만 사용해야 한다. 패닝은 좌 (-100) 에서 우 (+100) 까지 위치 지정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인데, 좌측 끝으로 패닝하면 해당 사운드는 왼쪽 스피커에서 재생되고 우측 끝으로 패닝하면 오른쪽 스피커에서 재생된다. 즉, 패닝으로 만드는 임장감의 범위는 좌측 스피커 위치 부터 우측 스피커 위치까지 약 60도 정도이다. 이것을 마스터링에서 제어하면 더 넓게 벌어지면서 소리가 스피커의 바깥에서 나오는 현상이 일어난다. 패닝이라는 기능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스테레오 마스터링 작업에서 이런 이미지 확장은 다이나믹 프로세서의 변칙적 활용으로 얻어내어 진다. 여러 단계의 시리얼 컴프레션과 패러랠 컴프레션의 결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넓은것이 좋은 것은 보편적 사실이지만 넓을수록 좋은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한없이 넓어질 수도 없거니와, 해당 음악에 잘 어울리는 넓이 표현이 어떤것인지를 판단하는게 우선이며 때로는 믹스보다 더 좁게 만드는 일도 흔히 있다. 좌-우의 폭을 넓히면 파노라마 사진처럼 양 끝점이 확산되는데 동시에 센터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주의깊게 들어보아야 한다. 좌우 폭을 넓히면서 동시에 센터쪽 이미지도 더 명확하게 덩어리를 키워주어야 밸런스가 유지된다. 때로는 일정 주파수 이하의 저음역을 센터로 강조해 주면서 나머지 대역은 와이드하게 벌려주가도 하는데 이런 역삼각형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는 한편 16:9 화면보다 더 길쭉한 사각형 와이드 이미지가 좋은 음악이 있다. 16:9 비율의 믹스를 4:3 으로 좁게 만들기도 하는데 좁은 이미지가 주는 음상의 매력이 곡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 높이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고, 자칫 남용하기 쉬운 것이 마스터링에서의 M-S 프로세싱이다. M-S 모드 상에서 어떤 프로세싱이던 신호처리를 많이 할 수록 다시 스테레오로 디코딩 된 결과물의 좌우 함량과 위상관계가 변화한다. 믹스의 원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때로는 잃는것보다 얻는게 많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M-S 프로세싱이 이루어 지기도 하는데, 좌우 입체감의 가감 조정에 효과적이기도 하고, 미들쪽 메인보컬 드라이 소스의 거리감을 극단적으로 밀고 당길 수도 있다. 가창력 떨어지는 가수의 작품을 믹스할 때 노래 못한게 너무 안타깝고 듣기 힘들어서 보컬 밸런스를 작게 믹싱하는 예를 자주 접한다. 그런데, 보컬을 작게 믹스한다고 그 못부른 노래가 숨겨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 실력도 별로인데 음악에 가려서 잘 안들리면 더 듣기 힘들고 짜증스럽다. 이럴때 악기들을 끌어 당겨서 보컬을 든든하게 감싸주면서 센터의 메인보컬도 밀도감을 높히고 잘 들리게 강조해 주면 훨씬 자신있는 보컬이 되고 완성도가 좋아진다.
에어감
Air 라는 영어단어가 뜻밖에 그대로 정착되어 한국에서도 사용중이다. 에어감 하면 일단은 많은 공기의 느낌을 받아야 하므로 천정이 없는 느낌이어야 한다. 꼭 야외일 필요는 없고, 하늘이 보이는가 안보이는가의 차이이다. 에어감을 초고역 20kHz 에서 흔히 찾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0kHz 까지도 내려오기 때문에 Air 주파수 영역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Air 주파수를 다소 낮게 잡으면 에어감과 함께 샤- 한 느낌이 오는데, 모던함과 시크함, 진정성과 명료도 선명함 등을 두루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동시에 마스터링 과정에서 다이나믹 레인지가 줄어들면서 호흡 소리가 좀 더 강조될 수 있다. 들숨의 소리가 선명해지면 좀 더 가공되었다는 느낌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지만 후반 작업을 많이 거친 프로패셔널 작품이다 라는 긍정적 메세지가 되기도 한다) 을 살리는 효과가 있지만 의도와 맞지 않다면 다이나믹 EQ 또는 De-esser 등이 추가되어야 한다.
다이나믹
다이나믹 레인지는 마스터링 과정에서 혹독한 축소 과정을 맞는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줄어드는 것을 [음악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라 표현들을 하는데, 이제 진부한 옛날 이야기라 해도 되겠다. 현실에서 마스터 음원이 광활한 다이나믹 레인지를 유지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줄어드는 다이나믹 레인지의 과정에서 청감상 느낌을 어떻게 유지 시킬 것인가에 대한 테크닉이 마스터링의 예술이다. 24비트 고해상도 음원을 16비트 소비자 포맷으로 만들 때 청감상 해상도를 유지 시키려고 Dither 라는 노이즈를 섞어 넣는것에 비유한다면 적당하지 않을까.
음악의 다이나믹은 순간적 다이나믹과 구조적 다이나믹 두가지로 보아야 한다. 순간적 다이나믹이란 현재 재생되고 있는 사운드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뜻한다. 주로 리듬 파트 악기의 컴프레션이나 리미팅이 많이 되고 있으면 순간적 다이나믹이 줄어든다. 리미터의 개입으로 이것이 줄어들면 평균 음압레벨 RMS 값은 증가하지만 청감상 답답해지고 억눌린 느낌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 쉽다. 구조적 다이나믹이란,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형성되는 구조에서 부분별 크고 작음의 대비를 뜻한다. 인트로가 클라이막스보다 작은것, 점점 빌드업 되어가면서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 구조적 다이나믹이다. 브릭월 리미터를 걸어서 음압을 올려버리면 이 구조적 다이나믹이 무너진다. 도입부의 잔잔한 구역은 리미터의 도움으로 게인이 매우 올라가지만, 이에 비해 믹스에서 이미 레벨이 상승되어 있는 클라이맥스 구역은 도입부보다 게인 상승이 크지 않다. 도입부는 10 만큼 커지는데 중간부분은 5만큼만 커지는 것이다. 구조적 다이나믹이 무시된 이런 프로세싱을 하게 되면 verse 의 보컬이 chorus 파트의 보컬보다 더 크게 들리게 된다. 빌드업 되어야 할 음악이 반대로 점점 쪼그라 드는 셈이다. 악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몇마디 동안 사라지는 break 파트, 곡 맨 끝의 길게 지속되는 여음, 드라마틱한 편성의 변화, 이런 부분들이 곡 안에서 서로 상대적인 다이나믹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지 체크하지 않으면 정말 부끄러운 마스터가 되고 만다. 마스터링 작업에서 이런 저런 오토메이션 적용이 필수인 이유이다.
빵빵하게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단어인가, 음악을 빵빵하게 해달라는 말은 전문가들의 음악 작업 세계에서 사용되는 가장 저렴하고 유치한 단어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염원을 담고 있는 용어이다. “크게 해달라”는 말과는 뉘앙스가 너무도 다르다. 단지 클 뿐만 아니라 빵빵한 레벨 속에 음악적 감동을 동시에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빵빵하게 해달라는 클라이언트에게 레벨미터의 숫자를 가리키면서 나는 할만큼 다 했다 라고 말하는 것은 프로 음향인으로서는 다소 궁색하다. 또한, 마스터링을 귀로 하지 않고 눈으로 했노라고 말하는것 같기도 해서 조심스럽다. [넓은것이 좋지만 넓을수록 좋은가] 라는 앞선 질문이 다시한 번 등장할 시점이다. 소리가 크면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인가. 달콤한것이 좋지만 설탕을 무한정 투입하면 풍미가 계속 좋아질까. 키가 큰 사람이 멋있다라고 하지만 2미터, 3미터로 자꾸 커지면 더 멋진것인가. 모든 인간사에는 가장 적당한 점이라는 스윗스팟이 있다. 크면 좋지만 크기의 스윗스팟을 찾아야 한다. 크면서도 부담이 없어야 편안하다. 그리고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많은 음악작품들의 평균치가 만들어 낸 대중의 기대값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의 무의식적인 기대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편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마스터링 작업은 실제 레벨미터의 위치보다 청감상 크기를 중요시한다. 보컬 페이더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보컬을 크게도 작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컬을 실제로 크게 하는것이 아니라 크게 들리도록 속이는 것이다. STEREO MIX 라는 제한된 소재를 가지고 마법같은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의 심리음향 - PSYCHOACOUSTICS - 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가능해 진다. 결론적으로 마스터링이란 대부분 눈속임일지도 모른다. 자칫 서투르면 들키고 마는 고도의 숙련된 눈속임이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빌리지 않고서 현대 대중음악의 효과적인 마스터링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채승균
'Have You Heard > Sound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과 북, 더 강한 소리는 무엇인가 / 영화 <서울의 봄> 사운드를 말하다 (2) | 2024.01.22 |
---|---|
Feels So Good 커버 사진에 숨겨진 사연 (0) | 2022.08.07 |
2019년 : 트로트 열풍인가, 송가인과 유산슬의 트로트 농단인가. (0) | 2020.06.16 |
BTS 삼고무 논란 때문에 정리해 보는 무용과 음악 저작권의 개념 (0) | 2020.05.13 |
MIX-CAST : Jun Kim - 멈춰 (2020. 4.) (0) | 2020.04.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