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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You Heard/Sounds

BTS 삼고무 논란 때문에 정리해 보는 무용과 음악 저작권의 개념

by 채감독 2020. 5. 13.

우리가 언제부터 전통에 그리도 관심이 있었겠는가.

우리가 언제 삼고무, 오고무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말이다. 

이게 다 연예인 때문이다. 이게 다 “BTS”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관심두지 않았을 논란인 것이다.

2018년 12월 1일 [멜론뮤직어워드]에서 “BTS” 멤버들이 각자 한가지씩 전통 예술의 키워드를 접목한 퍼포먼스를 벌인 적이 있다. 부채춤, 탈춤, 사자춤, 농악과 상모춤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전 세계 “BTS” 팬들에게 한국의 문화 이미지를 적잖게 홍보한 뜻깊은 무대로 기억한다. 특히 제이홉의 삼고무 퍼포먼스가 이들 무대의 첫 순서이다보니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되었고, 덩달아 이 직후인 2018년 12월 <삼고무 저작권 논란> 이라는 기사가 언론사들에 의해 도배가 된 해프닝이 벌어졌다. 논란의 전후 배경이나 팩트를 배제한 채 복사-붙이기로 퍼날라진 언론사들의 기사를 보면 마치 “BTS” 가 “이매방”이라는 사람에게 거액의 저작료를 지불해야 하는것 처럼 비추어 진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BTS” 와는 무관한 것이고 논란의 시점도 그보다 이전이다. 

“BTS” ‘IDOL’ 퍼포먼스에 등장하는 사자춤은 북청사자춤이 아니다. [북청사자놀음] 함경남도 북청군의 정월대보름놀이로, 갈색 털의 사자가 등장한다. 무대에 등장한 하얀 털의 사자는 [봉산탈춤]이나 [은율탈춤]에서 쓰인다. 그리고 사자의 모습이나, 원전을 응용한 안무의 형태로 보아 조선시대 대표 가면극인 [봉산탈춤]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삼고무가 국제적으로 검색 대상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hakira” 2009 앨범 [She Wolf] 수록곡 ‘Did It Again’ 뮤직비디오에 삼고무가 등장하였고 실황 무대에서도 삼고무 퍼포먼스를 보인 있다. 뮤직비디오와 실황퍼포먼스의 주인공은 재미 한국인 무용가 고수희씨의 맏딸인 캐슬린 이끄는고수희무용연구소소속 무용단이다.

 

삼고무 논란의 정체

논란의 대상은 이매방오고무 (저작권등록제C-2018-001331-2호), 이매방삼고무 (저작권등록제C-2018-001330-2호), 이매방 대감놀이와 무당춤 (저작권등록제C-2018-001333-2호), 이매방장검무 (저작권등록제C-2018-001332-2호) 등 4가지이며 2018년 1월에 저작권등록을 함으로써 이매방선생의 제자를 포함한 그 누구라도 ‘이매방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으며 삼고무와 오고무 등의 북춤을 저작물사용료를 내야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삼고무는 1960년대에 “승무”와 “살풀이춤”으로 유명한 고 이매방선생이 창작하여 생긴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생은 북을 사용하는 “승무”에 독보적이었는데, 북의 갯수를 3개로 늘여서 소위 “삼고무” 라 하였고, 북의 갯수가 늘어나는대로 “오고무”, “칠고무”, “구고무”, “십일고무”, “십삼고무” 같은 변형이 자유자재로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북의 갯수가 전통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규정도 없고 따라서 권한도 존재하지 않는 춤이다. 그래서, “승무”와 “살풀이춤”은 국가무형문화재법에 의해 공연예술종목으로 지정받았지만 삼고무 같은 북춤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15년 이매방선생은 생을 마감하셨다. 이 후 선생의 부인 김씨가 위의 4가지 작품을 본인 명의로 저작권등록하였고, 이 후 “이매방류” 에 대한 상표등록권과 저작권등을 사위에게 양도하면서 국가지원금을 유용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선생의 사위 이혁렬 (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은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공연으로 올린 오고무에 대해 저작권료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하였다. 국립무용단측은 ‘오고무가 이매방 개인의 순수 창작물임을 증명하면 저작료를 지급하겠다’며 반발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결의 상태이다. 무용계에서는 동시대 다수의 무용인들이 관여한 공동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저작물 보다는 문화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만, 유족측은 이미 저작물 등록이 된 이상 이매방의 창작물임이 보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고무가 전통이냐 창작이냐를 놓고 벌어진 이 사건은 지금도 논란중 이지만 이매방아트컴퍼니가 BTS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청구했다는 것은 근거없는 가짜뉴스이다. 일부 언론은 BTS 를 앞세운 헤드라인으로 BTS가 저작권 논란에 연루된 듯한 오해를 조장하고 있다.

BTS도 춘 삼고무... '전통창작춤 저작권 공방 [2018. 12.17. TV조선 뉴스9]

삼고무, 오고무와 같은 전통 무용의 안무에 대한 저작권의 주장이나 행사는 그 예가 매우 적은 만큼 판례 또는 사례가 거의 없다. 2017년 ‘최종실류 소고춤’을 최종실 명인이 저작권 등록을 하는 바람에 공동창작자로 알려진 김묘선명인의 제자들도 이 소고춤을 마음대로 추지 못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이 사건은 김묘선 명인도 ‘김묘선류 소고춤’을 저작물로 등록하면서 김묘선의 제자들이 다시 실연할 수 있게 되며 일단락 되었다. 

셀럽파이브의 충격적인 데뷰곡 "셀럽이 되고 싶어" 의 안무는 오리지널이 아니다. 일본 오사카의 토미오카 고등학교 댄스동아리 TDC 의 안무이다. 셀럽파이브의 김신영은 TDC 의 영상을 보고 일본에 직접 찾아가 안무 사용의 허락을 받은 뒤 패러디 한 것이다. 음악 역시 오기노메 요코의 Dancing Hero 라는 원곡을 김신영이 개사한 것이다. 이 Dancing Hero 역시 오리지널곡은 아니다. 미국의 Angie Gold 가 부른 Eat You Up 이 원곡이다. 음악과 안무 모두 저작권을 해결한 뒤에 제작된 것이다. 

이매방 삼고무 사건은 아직 분쟁 중이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는 한쪽의 주장을 근거로 검증없는 내용의 기사화가 되기도 하였다. 2018년 12월 24일 채널A 뉴스 보도에서는 “한국 전통춤의 거목인 고 이매방 명인이 창작한 '삼고무'의 저작권 갈등을 두고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라며 이매방의 창작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서 양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매방아트컴퍼니의 주장에 의문점이 있다. 저작물 등록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라는 논리 말이다. 등록 이라는 행위는 원천적인 창작행위 여부를 떠나 단지 가장 먼저 서류작업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작권의 본질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이것에 해당한다. 대다수의 음악창작인들도 자신의 저작권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작품을 등록 함으로써 발생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은 등록하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 (법률적으로 지적재산권 또는 지식재산권의 한 부분으로 음악,미술,시,소설,영화,연극 등의 창작된 저작물에 부여되는 권리)은 “창작이 기록되어지는 순간”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창작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록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새로운 멜로디의 연주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창작으로 인정받을 길이 없다. 따라서 음악의 경우는 연주를 악보에 적거나 녹음, 촬영 등으로 기록되어져야 한다. 또한 타인의 도용이나 유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므로 기록된 시점 또한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

예전에는 작곡가가 새로운 곡을 쓰면 이 악보 또는 녹음테입을 봉투에 넣어 밀봉하고 자기 자신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내어서 배달된 우편물을 뜯지 않고 보관했다. 표절의 의혹이 있을 때 법정에서 봉투를 개봉함으로써 배달된 날짜를 본인의 창작 시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저작권의 개념이 먼저 자리 잡은 외국의 이야기이다.

즉, 창작의 증거가 있는 한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은 자연적으로 탄생한다. 그런데, 나의 저작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관리, 나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타인들과의 계약, 나의 저작물을 침해하는 타인에 대한 대응 등의 업무를 본인이 직접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관리를 누군가에게 위탁할 수 있다. 음저협 (한국음악저작권협회)과 함저협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은 나의 저작권을 나 대신 관리해주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가는 위탁관리단체일 뿐이다. 따라서 저작권협회 등에 작품을 등록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관리를 대신 맡기는 것이지 그로 인해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저작권 협회의 등록 과정에서는 그보다 앞선 타인의 창작 여부를 검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 저작자가 아닌 표절자가 저작권등록을 시도하면 당연히 등록이 된다. 저작권협회는 창작에 대한 검증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남의 것이라도 내가 먼저 등록을 하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고무 역시 이매방아트컴퍼니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저작권등록이 곧 소유권리 획득을 의미하지는 못하므로 실질적인 창작소유권과 침해 여부는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전에는 확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까지 나서서 ‘저작권은 인정하고 공연은 할 수 있도록 양해를 하라’는 식으로 중재에 나선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언론의 보도 대로 "뜨거운 논쟁"에 휘말린 삼고무 등이 '동시대 다수의 무용인들이 관여한 공동창작물'임을 입증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무용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사진 : 夕潮  (ihlfounder48@gmail.com) / 출처 : 출사코리아

 

그러면 원 창작자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일까?

20세기 대한민국에는 공윤 (공연윤리위원회)에서 표절 등을 심사했다. 공윤은 광고, 공연, 영화, 비디오, 가요 음반 분야에 대한 사전심의 업무를 다루었지만 정권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심의라기 보다는 검열에 가까운 갑질을 하는 문화폭력적 기관이었다. 가요 음반 전문 심의위원 6명이 모든 가요의 심의를 담당하였다. 음반의 사전심의제도는 일제시대 [레코드 취체법] 에서 시작된 것으로, 많은 노래들이 정권의 잣대에 의해 금지곡처분을 당한 바 있다. 1996년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이 개정되면서 60년간 문화예술인의 숙원이었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런데, 심의제도가 폐지되고 1998년 공윤이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 흡수되는 바람에 표절을 판단할 공식적인 전문기구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표절이라는 단어는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대신 이를 법정에서 저작물침해 여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도록 되었다. 저작권이 법적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한국에서, 음악적인 판단 기준이 없는 판사에게 법적으로 저작물침해 판정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표절 의혹이 더욱 흔하게 성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저작권침해로 법정 판결을 받은 사례는 단 몇 건에 불과하다. 

하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조용필) 인데, 이는 김성술의 ‘돌아와요 충무항에’ 의 가사를 작사가 황선우가 표절한 것으로 멜로디의 표절 시비는 아니었다. 두번째로는 ‘해변으로 가요’ (키보이스) 인데, 일본곡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8천만원 배상 판결이 났다. 사실상 음악 표절에 해당하는 판례는 2006년 '너에게 쓰는 편지’ (엠씨몽) 가 “더더” 의 'It’s You’ 를 표절한 것으로 판결받아 1천만원을 배상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2015년 박진영 작곡으로 발표된 드라마 드림하이 주제가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이 OST 중 아이유가 부른 'Someday' 라는 곡이 2005년 발표된 애쉬의 '내남자에게' 의 후렴구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여 2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인데, 이에 불복한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더 늘어나 결국 박진영은 원작자 김신일에게 5천7백만원을 배상하게 되었다. 가요의 저작권 침해는 단순히 몇마디가 같아야 한다는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동일한 멜로디의 길이보다 “실질적 유사성”에 중요도를 두는데, 이는 리듬/가락/화성/박자/템포/해당 부분이 차지하는 질적-양적 강도 등을 감안하여 판단하게 된다. 

발표한 모든 앨범이 대 힛트했고, 그 모든 앨범의 타이틀곡이 모두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서태지와 아이들. 특히 데뷰곡인 "난 알아요" 는 1989년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했다가 박탈당한 립싱크 사기극의 주인공 밀리 바닐리의 바로 그 곡을 표절한 의혹을 받은, 얽히고 섥힌 복잡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독일의 듀오 Milli Vanilli 의 "Girl You Know It's True".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와 흡사하다.
이들의 립싱크 사기극에 대한 설명은 이곳에.

 

드물지만 판결과 무관하게 본인이 직접 표절을 인정한 사례들도 있다. 1996년 ‘천상유애’를 만든 룰라의 멤버 이상민은 일본 밴드 “닌자” 의 ‘오마쓰리닌자’를 표절한 것을 인정했다. 같은 해 김민종은 ‘귀천도애’ 가 일본 밴드 “TUBE” 의 ‘Summer Dream’ 을 표절 했다고 인정하고 활동을 접었다. god 의 ‘어머님께’ 는 작자인 박진영이 무려 “2PAC” 의 ‘Life Goes On’ 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나브로 작곡저작자를 2PAC 으로 바꾼 사례이다. 최근에는 “유빈” 의 ‘도시에’ 가 티저 발표 이후 표절논란이 강하게 일자 JYP에서 아예 발매를 취소 하였는데, 사실상 표절을 인정한 셈이다. 21세기에도 가요계에서 꾸준히 표절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박진영, 주영훈, 윤일상, 프라이머리, 테디.... 요즘의 대형 기획사는 신곡 발매 전에 작가와 프로듀서들이 모두 모여 “유사성 판단 모니터 세션”을 갖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은 영원한 문화창작계의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표절의혹을 대하는 최근의 대중적 자세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어서, 표절 논란이 있더라도 듣기에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표절에 병역비리문제까지 화려한 엠씨몽은 여전히 왕성한 작곡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승철의 ‘소리쳐’ ** 라는 표절곡을 만든 작곡가는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이다.

** 이승철의 '소리쳐' 는 음반 발매 후 원작자와 협의하여 저작권료를 지불 하고 저작권 지분도 조정되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박진영의 '어머니께' 와 다를 바 없이 표절을 인정한 경우에 해당되며, '선표절 후조치' 라는 또 다른 편법적 관행을 낳은 케이스 이다.

 

채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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